16년 전, 외할머니께 비타500 한 병을 받았습니다.
편찮으시던 할머니를 병문안 갔던 날이었습니다. 학생이던 저는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었습니다. 그 무력함이 미안해서였을까요. 저는 그날 받은 병 하나를 버리지 못하고 오래도록 간직했습니다.
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몇 해가 흘렀습니다. 그러던 어느 날, 문득 깨달았습니다. 작은 병 하나는 이렇게 간직하면서, 정작 할머니의 얼굴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걸.
16년 전, 외할머니께 비타500 한 병을 받았습니다.
편찮으시던 할머니를 병문안 갔던 날이었습니다. 학생이던 저는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었습니다. 그 무력함이 미안해서였을까요. 저는 그날 받은 병 하나를 버리지 못하고 오래도록 간직했습니다.
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몇 해가 흘렀습니다. 그러던 어느 날, 문득 깨달았습니다. 작은 병 하나는 이렇게 간직하면서, 정작 할머니의 얼굴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걸.
물건은 남았는데,
사랑하는 사람이 잊히고 있었습니다.
그게 가장 슬펐습니다.
시간이 더 흐른 어느 날, 이사하며 짐을 정리하다 알았습니다. 그 병마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걸. 잊지 않으려 붙잡아 둔 물건조차, 끝내 제 곁에 남지 못했습니다.
남은 것은, 우연히 찍어둔 이 사진 한 장뿐이었습니다.
추모록은 그래서 시작됐습니다. 흐려지는 기억도, 잃어버리는 물건도 아닌 — 이사로도 세월로도 사라지지 않는 자리. 제가 갖지 못했던 그 자리를, 같은 마음인 분들께 드립니다.
물건도 기억도 시간 앞에 흩어집니다.
디지털로 새긴 기록은, 그 자리에 머뭅니다.